설악산(1708m) 첫 단풍이 예년보다 이틀가량 늦은 9월 30일 시작됐다. 늦더위가 오래도록 한반도에 머무르는 바람에 단풍 드는 시기도 예년보다 느려졌단다.
가을이 짧아지면 가을 정취를 누리려는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해서 단풍도 한정판, 예약 입장이 대세다. 그윽한 가을 정취를 품은 단풍 명소 가운데 단풍 절정기에만 한정해 문을 여는 곳 그리고 예약자만 드나들 수 있는 숲을 추렸다. 참고로 전국 21개 주요 유명산의 단풍현황은 ‘기상청 날씨누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1년을 기다린 비경
1년 중 단풍철에만 살며시 문을 여는 비밀의 가을 명소가 몇 있다. 이른바 ‘홍천 은행나무숲’이 대표적이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 광원리에 자리한 4만여㎡(약 1만2000평) 규모의 숲으로, 은행나무만 2000그루가 넘는다. 주민 유기춘(80)씨가 1985년부터 가꿔온 사유지인데, 가을 나들이객을 위해 매년 10월 한 달간 숲을 열어둔다. 집채만 한 은행나무가 3~4m 간격을 두고 줄줄이 도열해 있는 그림 같은 풍경 덕에 가을이면 전국에서 인파가 몰려든다. 입장료는 따로 없다. 아침 해가 들고, 그나마 인적이 드문 오전 9~11시가 인생 사진을 담아가기 좋은 시간이다. 은행나무숲 주인 유기춘씨는 “여름 열기가 늦게 빠져 이달 15~20일은 돼야 단풍이 절정을 맞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반달곰이 있는 수목원으로 유명한 세종시 베어트리파크 안에도 비밀의 숲길이 있다. ‘단풍 낙엽 산책 길’이란 이름의 오솔길인데, 가을 축제 기간(10월 21일~11월 5일)에 한정해 길을 연다. 20여 분을 걷는 짧은 산책 코스지만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서둘러 예약하세요
알고 계시나, 전국 국립공원의 가을 단풍 명소 중에는 예약해야만 입장이 가능한 장소가 있다. 탐방객 증가로 인한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 33개 탐방로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국립공원마다 운영기간과 출입 가능 인원이 달라 미리 알아둬야 낭패가 없겠다. 예약은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지리산의 마지막 원시림으로 통하는 칠선계곡(9.7㎞) 코스는 2008년부터 국내 최초로 안전 가이드를 동반한 예약제를 운영 중이다. 올해는 10월 31일까지 하루 단 60명에게만 출입을 허용한다. 그나마도 주 3회(금~일요일)만 빗장을 푼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리산의 단풍 절정 시기는 10월 31일이다.
설악산에서 가장 단풍이 고운 숲길로 이름난 흘림골(3.1㎞)도 예약이 필수다. 출입 정원은 하루 5000명으로 그나마 넉넉한 편이다. 설악산은 10월 23일께 단풍 절정이 예상된다. 북한산 우이령길(4.5㎞)도 예약을 통해 하루 1190명만 드나들 수 있다. 우이령길은 북한산에서도 가장 생태계가 잘 보존된 구간으로 알려져 있다. 1968년 무장 공비 침투 사건 이후 40년간 군사지역으로 묶여 있었는데 2009년부터 제한적으로 일반인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경기도 곤지암리조트의 화담숲도 100% 예약제로 운영하는 단풍 명소다. 오전 9시부터 15~20분 간격으로 450명씩 입장을 허용한다. 하루 최대 1만 명까지 들 수 있는데, 단풍 절정이 예상되는 10월 중순에서 11월 초순까지는 이미 절반 이상 예약이 찬 상태다. 화담숲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가깝고, 코스가 쉽다는 장점까지 더해져 단풍 시즌 많은 인원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