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 속에서 만나는 작은 유럽’을 콘셉트로 조성된 제이드가든 수목원/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제공 |
|
익숙해서 쉽게 지나쳤던 것들이 묵직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볕 좋은 날에 수목원에 가자. 싱싱한 숲과 화사한 꽃에 가슴이 뛴다. 오랜만의 흙냄새, 풀냄새도 좋다.
| 제이드가든 수목원은 골짜기를 따라 조성된 덕에 평지에 조성된 곳보다 분위기가 호젓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제공 |
|
◇ 강원 춘천 제이드가든 수목원
유럽풍 정원을 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숲 속에서 만나는 작은 유럽’을 콘셉트로 16만㎡(약 4만8000평) 부지에 조성했다. 3000여 종의 식물과 나무가 자라는데 이 가운데 3분의 2가 유럽의 수종이다. 국내 수목원 중에서 이렇게 많은 유럽 수종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은 드물다. 평지가 아닌 골짜기를 따라 자리 잡은 덕분에 분위기가 호젓하다. 곳곳에 물이 흐르고 폭포와 분수도 있어 더위를 잠시 잊기에도 적당하다.
입구부터가 눈길을 끈다. 매표소와 방문객 센터, 레스토랑과 소품 숍 등이 들어선 붉은 벽돌의 건물은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역의 건축양식을 본따 지었다. 웅장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드라마에도 종종 등장했다. 수목원 안에 있는 건물들이 대부분 다 이렇게 예쁘고 이국적이다. 그래서 ‘인증샷’ 찍으러 오는 청춘들이 많다.
| 제이드가든 수목원의 야경. 붉은 벽돌의 건물이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역의 건축양식을 본따 지은 방문객센터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제공 |
|
정원은 정갈하게 꾸며졌다. 계곡을 따라 20여 개의 테마정원이 자리를 잡았는데 정형화된 것은 이탈리아나 프랑스식, 자연스러움이 돋보이는 것은 영국식이다. 각각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테마정원 중에서 만병초원과 이끼원은 봐야한다. 만병초원은 국내 최대 만병초 군락지다. 만병초는 당뇨, 고혈압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끼원은 이름처럼 이끼를 구경할 수 있다. 계곡을 따라 산책로가 잘 나 있다. 숲이 울창하고 개울도 흐른다. 원추리 산책로도 화사하다. 6월 초부터 피기 시작한 꽃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6월 말부터 7월까지 만개한다. 제이드가든 수목원은 2015년부터 4년간 국립수목원과 함께 원추리 연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400종 이상의 원추리를 보유하게 됐다. 수목원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스카이가든은 전망이 좋다.
제이드가든은 밤 풍경도 멋지다. 금~일요일에는 ‘우아한 빛의 축제’를 콘셉트로 오후 9시까지 야간개장한다. 방문객 센터 외벽을 배경으로 미디어파사드 공연도 펼쳐진다. 26일부터 7월 5일까지 매주 금~일요일에는 블루베리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는 블루베리 페스티벌도 열린다.
| 화담숲 수국원에는 100여종의 수국이 자란다/ 곤지암리조트 제공 |
|
| 화담숲 수련원에 핀 산수국/ 곤지암리조트 제공 |
|
◇ 경기 광주 화담숲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자연생태환경 복원과 보호를 위한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한 생태수목원이다. ‘화담(和談)’은 잘 알려졌듯 고인이 된 LG그룹 3대 구본무 회장의 아호다. 고인은 생전에 수시로 이곳을 찾아 몸소 나무와 꽃을 가꿨을 정도로 애착을 가졌다고 전한다.
산허리 경사면을 18개의 테마원이 자리를 잡았다. 산책로가 ‘지(之)’자 형태로 만들어져 있어 걷는 동안 경사를 거의 느낄 수 없다. 화담숲을 순환하는 모노레일도 있다. 화담숲 내에는 모노레일 승강장이 3곳이 있다. 원하는 곳까지 이동해 내려오면서 주변을 구경하는 방식이다. 모노레일은 요즘 정원의 절반만 태운다. 시야가 탁 트이는 전망대에서는 일대 준봉이 만들어내는 장쾌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초여름에는 수국과 수련이 볼만하다. 특히 수국원에서는 토종 ‘산수국’부터 부케처럼 풍성한 ‘큰잎수국’, 작은 송이의 꽃들이 다발을 이루는 ‘나무수국’, 커다란 다발로 풍성함을 자랑하는 ‘미국수국’ 등 100여 종 7만여 송이의 수국을 볼 수 있다. 여기에 1000여 그루의 자작나무가 만들어내는 자작나무 숲도 초여름 포토존으로 인기다.
| 해안과 인접한 천리포수목원. 바다와 나무를 함께 즐길 수 있다./ 태안군 제공 |
|
| 천리포수목원/ 태안군 제공 |
|
◇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
천리포수목원은 바다 옆에 붙은 수목원이다. 태안 천리포해변 끄트머리에 인접해 있다. 이곳 ‘노을쉼터’나 ‘바람의 언덕’은 그래서 해넘이 명소로 손꼽힌다. 파도소리 들으며 소나무 숲을 산책하는 상상을 해보시라. 연인이 좋아할만하다. 수목원 안에는 예쁜 연못도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귀화 미국인 고(故) 민병갈(칼 페리스 밀러) 원장이 사재를 털어 조성한 수목원이자 국내 최초 민간 수목원으로 잘 알려졌다. 민 원장은 1945년 군인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후 한국이 좋아서 한국인이 됐다. 1962년 사재를 털어 부지를 매입하고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1만6000여 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게 가꾼 수목원 중 일부를 2009년에 일반에 공개했다. 요즘은 좀 줄었지만, 연못과 바다와 정원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려고 멀리서 애써 찾아오는 이들이 한 해 30만명에 달하기도 했다.
천리포수목원은 또 목련이 유명하다. 700~800종류의 목련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100여 종을 공개된 공간에서 볼 수 있다. 봄에 꽃을 피우는 목련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태산목 ‘리틀 젬’은 6월 말 꽃을 피워 날씨가 좋으면 가을까지도 간다.
잘 조성된 테마 산책로가 수목원 곳곳을 잇는다. 이 가운데 꽃샘길은 이른 봄부터 늦겨울까지 다양한 꽃과 열매를 만날 수 있는 화사한 길이다. 수풀길은 우람한 나무들 사이로 난 산책로다. 아늑하고 새소리가 참 선명하게 들린다. 바닥에는 나무껍질을 깔아 걸을 때 폭신하게 느껴진다.
| 베어트리파크 꽃양귀비밭/ 베어트리파크 제공 |
|
| 베어트리파크 하계정원의 괴목/ 베어트리파크 제공 |
|
◇ 충남 세종 베어트리파크
동물이 있는 수목원이다. 꽃과 나무는 1000여 종 40만점에 달한다. 아름드리 향나무와 오래된 느티나무도 많다. 여기에 반달곰과 꽃사슴이 뛰어 놀고 연못 속에는 비단잉어가 헤엄을 친다. 나무만 있는 수목원보다 분위기가 활기차다.
베어트리파크 설립자는 이재연 전 LG그룹 고문으로 대림그룹 이재준 창업주의 동생이다. 그는 50여년 전부터 경기도 의왕, 장호원 등지에서 나무를 심고 가꿨다. 마침내 이곳으로 수목을 옮겨와 2009년 일반에 개방했다. 당시 ‘재벌가의 정원’으로 관심을 샀다. 분재들을 전시한 만경비원, 반달곰이 있는 반달곰동산, 수백마리의 비단잉어가 인상적인 오색연못 등은 꼭 본다. 수령 100년 이상 된 향나무가 도열한 향나무동산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은 장미원이 볼만하다. 꽃이 화려하고 큰 데이빗 오스틴 영국장미, 줄기 하나에서 여러 송이의 꽃이 피는 플로리분다, 흰색과 분홍색이 섞인 센티멘탈 장미도 있다. 여름 꽃을 볼 수 있는 하계정원에는 능소화, 꽃창포 등이 만개했다. 능소화는 괴목을 타고 10m 높이까지 올라간다. 푸른 잎이 무성한 괴목과 진홍빛 능소화의 조화가 볼만하다. 꽃창포 특유의 색과 향은 싱싱한 초여름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올해 처음 조성한 꽃양귀비(개양귀비) 꽃밭도 최근 개방했다. 정형화된 정원이 아니라 자유롭게 드나들며 구경할 수 있는 꽃밭이다. 꽃양귀비는 잎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많이 키운다.